Unison Research + PMC

참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된 진공관 앰프이다. 과연 CD 플레이어나 다른 기종을 무엇을 선택해야 이 앰프와 어울릴지 걱정될 정도로 KT88 인티앰프 중에 가장 멋진 외관을 가진 듯하다. 소브텍 KT88은 EL34와는 다름 묵직한 저음역과 함께 무게중심이 내려간 관구 특유의 느릿하고 여유 있는 음색을 들려준다.

자잘한 것은 신경 쓰지 않고 굵직한 놈만 건져내 듯 들려준 오페라 듀오는 주제를 부각하면서도 좌우로 넓게 펼쳐진 무대를 보여준다. 그래도 이 조합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현악이다. 모니터적인 성격의 PMC에서 피아노 음이나 현악을 음악성 있게 울려낸다. 피아노 음은 조금 둔하고 선명도가 떨어지는 아쉬움도 있지만 첼로나 콘트라베이스의 음색은 일품이다. PMC로부터 만족할 만한 스케일과 파워를 끌어내어주고, 가장 넓은 무대를 만들어 내었다. 30W의 작은 출력이지만, 앞서 말한 트랜스미션 라인에 멈춰 있는 듯 답답한 저역은 절대 아니다. 트랜스미션 라인을 백로드 혼처럼 울린다고 할까? 이런 매력을 가진 음을 만들어 낸다.

KT88 푸시풀의 좌우가 완전 분리된 신포니아는 ECC82와 ECC83을 한 개씩 사용한다. 외관의 수려함과 리모컨도 금속과 목재가 조화를 이룬다. PMC를 울림에 부족함이 없지만 이렇게 선택되지는 않을 듯싶다. 가는 길이 다르다고나 할까? PMC를 고품스럽게 울리고 싶다면 모를까, 하지만 현악 위주의 곡을 주로 듣고, 넓게 펼쳐진 무대공간을 좋아한다면 이렇게 조합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Unison Research + Neat

스피커를 바꾸자 첫 음이 화사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매력적인 KT88의 중음은 아니다. 그리고 저음부로 가면 다시 힘이 붙이기 시작한다. 니트 MFS라는 스피커가 앰프에게 많은 힘을 요구하는 것 같다. 진공관 푸시풀로는 부족한 것인가?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위로 올라간다.

만들어내는 무대공간의 안길이는 아주 깊게 만들어져 좋지만 좌우는 약간 좁다. 시청실이 넓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니트 MFS과 진공관은 상성이 맞지 않는 것일까? 오페라 무대의 넓이는 좋지만 MFS의 매력적인 트위터의 절묘한 위치감이나 KT88이 가지는 품위 있는 중음의 질감 모두 다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소리가 난다. 불륨을 올려보니 무대감이 없어지고 소리를 줄이면 소리에 힘이 없어진다.

클래식은 그나마 좀 낫지만 여전히 현의 질감을 살려주지 못하고 단지 화사하게만 들려온다. 마치 유닛 하나하나가 각각 멋대로 소리가 나고 재생하는 악기 역시 따로 연주한 것을 섞어놓은 듯 무정부적인 통제 불능의 음이 나와 당황스럽다. 합이 1000만원이 훨씬 넘어가는 데도 만들어내는 소리는 끔직하다.

EL34를 사용한 신세시스 프레임에서도 그러 했는데 이 스피커와 Sinfonia는 오히려 그때보다도 못한 소리로 들린다. 아무래도 Neat MFS를 진공관 PP로 울린다는 것은 힘들 듯하다. 파라 푸시풀이라면 가능할까? 아니면 오디오 리서치나 BAT 같은 현대적인 것이라면 모를까? 구동력의 수치 자체를 양적으로 많이 요구하는 듯하다. 최소 100W 이상은 필요한 듯 보이고, 그러고 보니 내가 들은 앰프 네 대 중 플리니우스만 100W 이상일 뿐이다. 사실 듣고서 순위를 매긴다면 앰프의 완성도보다 출력이 높은 순으로 이 스피커에는 만족도가 높았다.

Unison Research + Dynaudio

에소타 특유의 느낌이 좋다. 어쩌면 KT88의 느낌일지도 모른다. 고음 끝이 조금 말리는 듯한 감도 있고 저음이 조금 퍼진다고 흠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잡아내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느낌의 소리이다. 이런 쪽이 취향에 맞고 세밀한 튜닝이나 세팅을 통한다면 가능성이 높은 조합이다. 지극히 편안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지만 몇 가지 문제점은 안고 있다. 자칫 빅 마우스가 될 가능성도 있고 지나치게 고색창연한 음색이 될 것도 같다. 에소타와 훌륭하게 어울리지만 뭔가 부족하다. 유니슨 리서치의 자회사에서 생산해 내는 스피커를 얼마 전 브랜드 쇼에서 보았는데 어떤 유닛을 쓰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스캔스픽이나 시어스 유닛을 쓰는 것 같다. 에소타는 분명 아니었다. 에소타가 가진 단점이 많이 부각되는 듯하다.

하지만 나쁜 조합은 아니다. 왜냐하면 실내악에서 보여준 하나하나의 소리는 여러 조합 중 가장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애잔한 현이나 비장함이 감도는 피아노의 음색, 이런 것들을 그냥 구태의연한 소리를 내는 조합이라고 결론 내어 버리기에는 너무 무책임하다. 대편성곡도 PMC처럼 파워가 실리지 않고 무대가 넓은 것도 아니지만 비교적 균형이 잡힌 모습이 너무 좀 얌전하지 않나 싶고 더 다이내믹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가장 예쁜 인티앰프 중 하나로 꼽힐 만한 신포니아. 사실 B&O 같은 오디오를 생각하여 보면 신포니아는 음질에 상관없이 제 가치를 하는지도 모른다. 세 종류의 스피커를 듣고 있자니, 차라니 소누스 파베르의 스캔스픽을 쓴 신형도 좋을 듯하고, 비엔나 어쿠스틱과도 잘 어울릴 것 같고, 아예 같은 회사의 오페라 스피커가 최상일지도 모르지만, 필자라면 탄노이의 백로딩혼을 가진 스피커에 한 번 울려보고 싶다. 웨스터민스터나 GRF, 거기에다가 SPU GE 같은 바늘을 SME 3010R에 달아 판 한 장 돌리면 아주 좋을 듯하다. KT88 푸시풀로는 너무 뻔한 공식일까?

[ 출처 - 월간 오디오, 2006년 10월호/ 오디오 평론가 - 신동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