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모니터 스피커의 탄생

- 15인치의 대형 더블 우퍼가 앞으로 쏟아져 버릴 것과 같은 엄청난 에너지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 그리고 대편성곡은 기존의 어떤 스피커와 달리 스테이지를 정확히 표현해 내면서 악기 하나하나의 섬세한 연주까지도 쉽게 놓치지 않는 분해력을 제공하여 마치 콘서트 홀에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

하이파이 스피커 중 가장 두려운 상대가 있다면 어떤 브랜드가 있을까? 오디오 평론가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브랜드 중 하나는 아마 ATC일 것이다. 유난히 ATC가 어려운 상대로 거론되는 이유는 바로 스피커의 쉽지 않은 구동력. 앰프 선택과 함께 ATC 특유의 절대 모니터적인 사운드를 작은 리스닝 룸 환경이 대부분인 하이파이에서 제대로 사운드를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하여 오디오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제대로 사운드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도전의식을 유발하는 스피커 브랜드이기도 하다. ATC의 고향인 영국은 스피커들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섬나라 영국에는 유난히 많은 스피커 브랜드들이 있을까.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 현존 최고의 스피커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해답은 ATC에 있다. 빌 우드맨(BillyWoodman)이 창립한 ATC는 하이파이용과 스튜디오용 모두에서 최고의 모니터 스피커 계열로 인정받고 있는 영국을 대표하는 전동적인 스피커 업체. 특히 스튜디오용으로 집ㅈ우해오던 라인업을 개편하여 최근 몇 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스튜디오용과 홈을 철저히 구분하여 제품을 재정비하고 있다. 스튜디오용을 기반으로 동일한 하이파이 라인업을 구축하고, 여기에 액티브와 패시브 2종류로 나누어 생산하여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사의 모델명에 붙은 50, 100, 300의 숫자의 의미는 스피커 내부 용적을 두고 지어진 명명법으로 이를 통해 스피커의 크기도 함께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동사는 무엇보다 ‘Super Linear Magnet Technology’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유닛을 제작함으로써 유닛 단품으로도 세계 최고의 부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SCM300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누구든 ‘세계 최고ㆍ최초’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인데, 하이파이용으로 제작된 SCM 300은 이 두 가지 수식어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스피커로 손색이 없다. 실물을 본 첫 느낌은 SCM 300의 하이파이 버전이란 느낌보다는 SCM 150ASL에서 우퍼를 하나 더 채용한 상위 후속 모델이라는 느낌이 지배적일 만큼 비록 덩치는 있지만 하이파이용일 만큼 이질감 없이 재탄생했다.

우선 하이파이 관점에서 SCM 300이 주목 받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들을 간추려보자. 첫 번째로 스튜디오용 SCM 300ASL Pro가 플로어형으로 재탄생했다는 점. 현재 생산되고 있는 SCM 300ASL Pro는 스튜디오 모니터용으로 개발한 제품인데, 스튜디오 세팅을 위해 가로로 넓게 누운 형태로 300SLAT와는 디자인 및 제품 구성에 차이가 있다. 워낙 대형기이다 보니 하이파이용으로 재탄생하리라 그리 쉽게 짐작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 소개된 모델을 직접 체험해 보고서야 비로소 납득이 갔다.

SCM 50TSL 이후 사용된 매그놀리아 적층합판을 이용하여 견고하고 아름답게 마감하고 있으며, 대형기다운 엄청난 무게 역시 놀랍다. 두 번째는 15인치 더블 우퍼의 채용을 통한 저역의 무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ATC는 10인치 우퍼 하나라도 그리 쉽게 구동되지 않는데, 워낙 밀도가 높다고 알려진 ATC의 우퍼 중 15인치형을 무려 2개나 사용했다는 것은 마치 무한도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다. 시청을 통해 이 제품의 남성적인 힘 있는 사운드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 SCM 150 모델과 동일한 25mm 네오디뮴 트위터나 75mm ATC 소프트 돔 미드레인지를 사용하여 더블 우퍼와의 대역 밸런스의 조화는 완벽하게 이루어 내고 있어 역시 최고의 모니터 스피커다운 저력을 선보였다.

세 번째는 전용 P4 앰프의 외장 구성을 통한 액티브 완성형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 어쩌면 P4를 함께 제공했기에 ATC 300의 성능을 100% 이끌어 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용 앰프를 통해 액티브형 멀티앰핑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들려주었다. 먼저 전용 구동 앰프인 P4를 살펴보면 MF와 HF는 클래스 AB 방식을 채택, HF는 100W(6Ω)를 MF는 200W(16Ω)의 출력을 낼 수 있다. 또한 LF는 클래스 A 방식을 채용하여 우퍼 한 개당 275W(8Ω)를 더블 출력으로 구성하고 있다. 내부에는 대형 히트 싱크와 함께 저속 팬을 3개 마련하여 충분한 발열을 가능하게 한다. 참고로 이 제품은 스피커 케이블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고 있으며, P4 전용 앰프와 반드시 전용 커넥터를 통해 연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제품은 정식적인 라인업 선상의 제품이 아닌 주문 생산으로 이루어지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결국 이번 리뷰 제품이 최초의 하이파이용 SCM 300이라는 점이다. SCM 300의 시청은 지난 4월에 열린 아이어쇼 부스를 통해 이루어 졌는데, 우선 매칭한 시스템을 간략히 소개하고 사운드의 특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소스기기는 SACD 플레이어인 린데만 820 SE로 최근 19kHz로 업버전된 제품을 사용했고, 프리앰프는 왜곡 없는 어테뉴에이터로 잘 알려진 다질 NHB-18NS 프리앰프로 세팅했으며, 300이 액티브 스피커인 만큼 별도의 파워 앰프 없이 P4를 통해 구동했다.

여성 보컬 에미 후지타의 데스페라도는 정확한 가사 전달과 중역의 뛰어난 밸런스를 강조하며 호소력 있게 들렸다. 여기에 간간히 연주되는 콘트라베이스의 울림이 마치 서서히 밀려오는 공기의 느낌같이 자연스럽게 파고들었다. 보컬 영역은 무엇보다 모니터 스피커적인 성향을 반영하듯 스튜디오의 환경을 제대로 표현해 주면서 녹음 홀의 공간감을 함께 제공해 주었다. 알메이다의 기타 연주로 들어본 ‘Feel so Good’은 곡이 진행될수록 스테이지와 다이내믹한 요소들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는데, 그의 비르투오소 기타 연주는 마치 라이브의 현장감과 같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생동감 있는 곡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중반부에 이어지는 드럼 연주는 에너지 감을 발산하듯 15인치 우퍼를 통해 다이내믹하게 연주되는데 후반부의 코러스의 사운드와 함께 곡이 끝났음에도 마치 스피커 앞으로 사운드의 잔향이 남을 정도의 공간감을 제공해 주어 대형기의 중후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대편성곡 중 기억에 남는 곡은 ‘1812년 서곡’이었다.(에리히 쿤젤의 지휘, 신시내티 팝스 오케스트라 연주). 곡의연주와 동시에 종주부의 대포 소리를 기다리는 동안(마치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기다리듯)의 긴장감, 과연 300에서 듣게 될 엄청난 에너지감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건 기억이 난다. 실제 15인치의 대형 더블 우퍼가 앞으로 쏟아져 버릴 것과 같은 엄청난 에너지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 그리고 대편성곡은 기존의 어떤 스피커와 달리 스테이지를 정확히 표현해 내면서 악기 하나하나의 섬세한 연주까지도 쉽게 놓치지 않는 분해력을 제공하여 마치 콘서트 홀에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ATC 스피커들에 붙는 수식어들은 상당히 많은데, 그 중 ‘가장 이상적인 모니터 스피커’라는 표현이 문득 생각난다. 하이파이용 SCM 300은 남성적인 에너지감을 가진 가장 뛰어난 스피커로 기억되며, 장르에 대한 고민이나 대역 재생, 구동력 모두를 한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현대 스피커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스피커의 하나로 반드시 기억될 만한 명작이다.

- 가격 : 1억 2,000만원(모노블록 파워 앰프 포함)

월간오디오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