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성과 고전미가 만난는 지점

KT88 과 6SN7의 지극히 평번한 구성의 파워 앰프, 흔지 핞지만 귀하지도 않은 8416, 그리고 12X7이 여러 개 달린 프리앰프의 구성이다. 관만 보면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사진에서 보듯 외관부터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관은 중국산인데 암페렉스 8416만 빼고는 모두 VAC선별관마크(VAC Tested) 달고 나왔다. VAC(Valve Amplification Company)는 1990년에 데뷔하여 초창기 마란츠 복제로 인정받으면서, 점차 독자적인 회로와 모델로 발전을 한 업체로, Phi 시리즈같은 고급 모델은 주문을 받고 수제 생간하는 마이너 업체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산지인 미국에서 빠르게 인정받으면서 비록 사진으로나마 주로 보아오던 브랜드이다.우선 전원을 올리면 인테리어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방식인, 유리에 음각으로 새겨진 빛이 회절하면서 멋진 모습을 나타낸다. 두 기종 모두 같은 크기의 시커멓고 묵직한 전원부가 별도여서 앰프만 한 살림이 된다. 전원부의 크기는 같지만 무게는 파워 쪽이 무겁고, 공장 기계를 연결하는 듯한 케이블로 전원을 공급하고, 가벼운 프리앰프의 전원부로부터는 컴퓨터의 프린터기로 연결되는 것같은 케이블로 전원을 공급한다.파워 앰프의 KT88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듯 은분에 검은색 하나 없이 은빛이다. 트랜스 등은 모두 하단부에 수납하고 상부에는 진공관 사이로 금붕어 한 마리가 헤엄쳐 지나갈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입력은 RCA,XLR이외에 Lower RCA단자가 하나 더 있어 언밸런스 선으로 밸런스 전송으로 받아 노이즈를 줄이는 조금 생소한 단자도 있다. 이 같은 입력은 토글 스위치로 선택하는데. 그 밖에 두 종류의 중요한 선택 스위치가 더 있다. 먼저 KT88의 가운데 위치한 Triode와 Ultra-linear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후면 스위치에는 피드백을 제로로 할지 네거티브로 할지 결정하는 토글 스위치가 있다. 바이어스는 자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겁낼 필요는 없다. 15준 정도 지나 예열되면 전면의 테스트 스위치를 통해 바이어스 메타를 통해 조정하면 된다. 예열이 끝나면 전원이 처음 들어갔을 때 각 진공관에 해당되는 네 개의 초록색 불이 차례로 하나씩 꺼진다. 출력단은 카다스 마크가 선명한 말굽 전용단자로 이 같은 단자를 처음 써보는데, 바나나 단자 사용자에게는 난감하겠지만. 연결하기도 쉽고 훨씬 안정적이어서 편했다. 프리앰프는 진공관인가 싶을 정도로 전자계통의 컨트롤이 많이 들어갔다. 사진에 보이는 전면의 실렉터도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전자식 셔틀 방식이다. 돌아가는 것은 볼륨단뿐인데 이나마 리모컨으로 저정할 수 있는 전자식 불륨이다. 입력은 넉넉하고 최신기갑게 시네마 모드를 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MC단과 MM단을 따로 마련하는 모습도 보인다. 각각의 진공관이 라인 증폭인지 포노 증폭인지 설명서에 나와 있지 않지만예전에 VAC가 만든 비슷한 제품의 경우 8416을 라인단에 쓰고 나머지 12X7을 모두 포노단에 쓴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이 제품이 이렇게 구성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프리는 전자회로로 무장하고 있지만 아직 마란츠의 추억이 남아 있는 듯 보인다. 거의 모든 동작은 리모컨으로 조정할 수 있으며, 전면부의 로고의 조명의 조도를 동기화 할 수도 있다. 전용선이 있어야 하고 송,수화기선을 연결했는데 설명서에 적힌 대로 되지 않아 연락해 봤더니, 단자가 좀 다르다고 한다. 소리가 이튿날부터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 많아 심심하지는 않다. 삼극관 방식으로도 들어보고, 피드백을 조정해 보기도 한다. 이렇게 하니 소리가 귀에 익어 앰프를 바꿔볼까 하는 시기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 듯싶다. 유럼이 주종인 KT88은 6550과 대표적인 호환관으로 주로 자디스 등 유럽 제품에 주로 쓰이고, 출신자체가 미국인 6550은 오디오 리서치 등의 미국 제품에 쓰이지만 꼭 통하는 공식은 아니다. 워낙 종류가 많아 품질이 비교가 무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6550보다는 KT88을 선호한다. 중국산이면 슈광일 확률이 높이데, 출력이 무려 110W나 된다. KT88푸시풀 앰프로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 윌리엄슨 회로를 개선했다고 하는데 현대적인 넓은 대역과 고른 특성이 나타난다. 가격대가 상당히 높은 편이고, 똑같이 생긱 200W짜리 모노블록 Phi200이란 모델도 나온다. 제작자가 출력에 대한 욕심이 많은지 일반적인 100W 앰프보다 볼륨 세팅이 높은 듯하다.우선 UL방식으로 연결하여 들어본다. 넓은 무대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내 시스템에서 이렇게 넓은 무대를 펼쳐 놓았던 앰프는이전에 없었던 것 같다. 3극으로 연결하면 무대는 조금 좁아지지만 스피커의 뒷벽 저 멀리서 소리나 나오는 감동이 느껴진다. 아네소피 무터의 현(DG)의 묘한 질감은 3극 연결시 고전관까지는 아니어도 비슷란 질감으로 울려 준다. 하지만 현대적으로 보기에는 음상이 조금 크다. 게다가 구동력 부족으로 레바인의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앞으로 치고 나오지 못한다. UL방식으로 할 경우 음상이 하이엔드적으로 작아지면서 앞서 말한 듯 무대가 넓어지면서 각 음원 사이에 여백이 생기며 입체적인 무대를 보여준다. 훨씬 박력있는 오케스트라와 가녀리게 올라가는 바이올린의 카텐자의 절묘함은 어쩌면 3극 방식보다 더 듣기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이정도라면 동 가격대의 하이엔드 TR앰프와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 몰론 음의 감촉은 3극 연결에 비하기는 그렇다 해도 보통의 TR앰프나 요즘 많이 나오는 진공관답지 않은 진광관 앰프의 그런 소리는 아니다. KT88의 기품이 배어나는 음색, 왜 요즘 나오는 고급 진공관 앰프의 출력관에 KT88이 유독 많은지 알 것 같다. 실내악의 경우도 우열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모스크바 쳄버가 연주한 치아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Delos)에서 진한 농도가 느껴지는 현을 중시한 3극으로 좋다 해야 할지, 현에 실리는 힘과 음상의 또렷한 위치를 잡아주는 UL방식이 좋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 한 앰프에서 비슷한 음색으로 나자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점이 오히려 재미를 준다. 어느 방식에서나 이 앰프의 절대 우위는 재즈에서 드러났다. 여기서도 UL방식의 선명하고 힘찬 심벌 소리와 드럼의 비트도 좋고 피아노의 투명성이 돋보인다. 3극 방식에서 들려준 콜트레인의 그윽한 색소폰은 왠지 커피 한 잔을 마시게 한다. 둘 다 차이는 있지만 마치 시계를 를 3-40년쯤 뒤로 한 미국 오디오 황금기의 사운드를 연상케 한다. VAC로 듣는 재쯔는 어쩐지 그 시절에 음색을 떠올리게 하면서, 현대적인 깔끔한 음향을 가진다. 빈티지와 하이엔드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만일 그 시대의 재즈를 좋아하시지만 왠지 빈티지보다는 하이엔드가 더 좋은 이른바 "HI-vintage" 애호가라면 비록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VAC의 파이 시리즈를 들어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그렇게 찾던 음이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니까.하지만 이것이 이 앰프가 들려준 놀라운 소리의 끝은 아니었다. VAC의 자료를 찾아보면서 과거 한 제품의 포노단에 여섯 개의 12AX7을 투입한 제품이라든지 마란츠 복각 제조 등등의 VAC의 일련의 제품을 보고는 과연 PHi2.0의 포노단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했다. 분명 마란츠 7형일테고, 좌우 분리일까, 아니면 MM,MC를 따로 하는 것일까? 어느 정도 비중을 둔 것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한 궁금증에, 청취 느낌이 정리된 시청기간 중간쯤에 포노를 연결했다. 필자가 엄청나게 좋은 턴테이블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지금까지 갖고 있던 불만이 모두 사라졌다. 다이내믹이나 대역폭이 3극니니 UL이니 논할 필요 없이 확장된다. 무대 폭이 좌우로 한 자는 더 펼쳐진다. 게다가 소리의 깊이가 다르다. 배리 매닐로우의 "파라다이스 카페"(Arista)의 이런 목소리는 처음 듣는 것 같다. 게리 멀리건의 바리톤 섹스폰의 소리는 혼형 스피커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끈끈함이 나온다. 게다가 이 소리는 현존하는 하이엔드 제품과 견줄 만한 맑은 해상도와 다이내믹함이 함께 CD보다 더욱 깨끗하다. 오르페오에서 최근의 녹음부터 오래 전에 발매된 DG의 비발디 음반에서도 필자는 처음듣는 그렇 소리가 난다. 대페 포노단에 얼마나 정성ㅇ르 들였으면 이렇 소리가 나오는 걸까? 과장해서 표현하면 포노단을 적출해

내면 반값으로 프리앰프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다만 MC단의 게인이 여기서도 상당히 높다.

글쓴이 신우진

월간오디오 발췌